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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경제예측 전문가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교수

“한국, 물가보다 경제성장이 더 시급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실린 국제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Sung Won Shon’이라는 이름이 끝없이 튀어나온다. 미국 경제, 중국 경제, 유로존 위기, 국제 유가, 주택 시장, 경기 동향 등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 기사에서 이 이름과 접하게 된다. 아마도 국제 경제 전문 기자들이 정확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할 때는 습관적으로 그를 찾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손성원 석좌교수는 이름값을 하듯 최근 WSJ이 선정한 2011년도 ‘족집게 경제 예측 전문가’ 순위 3위에 올랐다. 그는 2006년에도 1위를 차지했고, 2010년에도 5위에 오르는 등 이미 ‘지존’ 반열에 올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국제 유가 폭등, 유로존 위기 등으로 세계 주요 경제 현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상황에서 기자도 역시 손 교수를 찾았다. 한국과 세계 경제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족집게 전문가에게 길을 물었다. 손 교수는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드넓은 바다라면 한국, 미국은 각각 그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입니다. 지금 큰 바다에 거센 풍랑이 일고 있어 한국 배, 미국 배가 모두 덩달아 출렁이고 있어요. 올해에 한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입니다.”

손 교수는 특히 “무역 분야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나라인 한국이 한·미 FTA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FTA 폐기, 또는 재협상 운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이 이제 경제대국답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기자가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 있는 손 교수와 1시간이 넘도록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손 교수가 한국을 지칭할 때는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게 귀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최고의 경제 전문가로 30년 이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한국계 ‘스타’ 경제 전문가인 그를 통해 한·미 FTA와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족집게 경제 예측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 자산은 무엇보다 경험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경험을 축적했기에 나름대로 감이 좀 있는 것 같다. 미국 정부보다 앞선 실물 경제 현장 취재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의 경제 분석 통계는 대체로 과거 뉴스에 의존한다. 내 개인적으로 경제 동향 파악을 위해 미국 정부, 월가, 기업 등에 몸을 담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빈번하게 전화하고 접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 비해 더 신속하게 경제 흐름을 진단할 수 있다.”

―그것 이외에 경제를 진단하는 비법이 있나.

“과거에는 미국 등 특정국을 잘 알면 됐으나 이제는 세계 경제를 잘 알아야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아시아 경제에 대한 연구가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이나 산업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가.

“물론이다. 전화로 접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직접 주요 인사들과 만나야 한다. 지난번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오찬 행사에 초대를 받아 중국측 인사들과 두루 만날 수 있었다. 정부 인사, 기업인 등과 만나 정보를 취합한다. 또 지난해 12월에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등 최근 두 차례 중국에 다녀왔다. 한국에도 1년에 3번 정도 간다.”

―올해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경제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무엇보다 국제 경제 환경이 나쁘다. 유로존 경제 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더 악화될 소지가 있다. 중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질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한국의 최대 무역 시장인 중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한국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이 국제 경제 변수에 대처하려면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만 가계 부채가 많아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 경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재정 적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정부 재정으로 내수 시장을 진작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보증, 중소기업 제품 구매 등의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도와주면 중소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행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두 가지 중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현재 물가보다는 경제성장 문제가 더 시급하다. 한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상승 등 비용 증가 때문이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동결했으나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미국 측은 한국에서 한·미 FTA 발효와 동시에 폐기 또는 재협상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100% 만족할 수 있는 FTA는 없다. 이 때문에 양측이 서로 양보하면서 서로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교역에서 한국이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극단적으로 한·미 간 무역이 중단되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삼성이 해외에서 돈을 버는 것은 괜찮고,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돈을 벌면 배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한국은 이제 경제대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인이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실질적인 이득을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 협정으로 한·미 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수출이 10억달러가 늘면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에 대한 무역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다만 농촌 등에서 일자리가 일부 줄어들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증가한다. 한국에서 무역이 경제성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미 FTA는 앞으로 이행 과정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폐기, 재협상을 하자고 나오면 곤란하지 않은가.”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도 추진되는데.

“한국이 FTA를 확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다만 중국과 협정을 체결할 때에는 주의할 사항이 있다. 중국은 서류상으로 합의해놓고 실질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설치하는 데 선수이다. 이 때문에 한·중 FTA가 체결된 뒤에 한국 기업이 중국과 비즈니스를 할 때 협정에 없는 장벽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현재 중국에 무역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다. 곧 역전될 수 있다.”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값이 뛰어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는데 유가가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유가 상승은 세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제 유가가 1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0.3%가량 떨어질 것이다. 유가 상승은 또한 소비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국제 경제계에서 유가가 다시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유가 상승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제 진로는 어떻게 되나.

“미국은 경제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있는 부동산 시장도 바닥을 쳤다. 유로존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유로존에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쫓아내든지 아니면 독일이 탈퇴하든지 양단간에 결말이 나야 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기관차로 부상했으나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등으로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

대담 = 국기연 워싱턴특파원 kuk@segye.com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교수

■프로필 ▲광주제일고 ▲미국 하버드 MBA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 수석경제관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미국 LA 한미은행장
▲포에버 21 부회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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